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한국 HCI 학술대회 2020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Design's Social Responsibility) 패널
8월 20일 한국 HCI 학술대회 2020에서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Design’s Social Responsibility)의 세션을 진행하였습니다. 2018년부터 3년째 이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학술대회가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개최됨에 따라 온라인 및 세션룸에 실제 오신 청중을 대상으로 패널 형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첫 회부터 3년째 이 세션을 함께 운영해 온 연세대 백준상 교수님과 홍익대 구유리 교수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Design’s Social Responsibility) 패널 세션 (한국 HCI 학술대회 2020)
올해의 세션의 주제는 서비튜드 (servitude) 입니다. 서비튜드의 개념은 아직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서비스 공급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 서비스 수용자에게 필요 이상의 친절과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사회에서는 흔히 ‘갑질' 이란 표현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인간 to 인간’의 서비스 모델에서 고객에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점에 있는 직원들은 서비스 공급 체계의 직위구조에서 최하단에 속하는 약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상당수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과도한 감정 노동과 직급구조 내 신분상 고용주(기업)과 고객에게 굴욕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은행연합회 등 금융권에서 직원 보호를 위해 만든 포스터
우리나라 항공사는 미국이나 유럽의 항공사보다 기내 서비스의 품질과 승무원의 친절도가 탁월하게 훌륭다는 칭찬이 자자합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이런 훌륭한 기내 서비스 뒤에 승무원에게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끼치는 노고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쓰는 가전기기나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 방문 A/S를 신청하면 기사님이 집으로 찾아옵니다. 수리를 마치고 기사님이 나가실 때 90도로 절하면서 꼭 부탁하는 것이 있습니다. “고객 친절도와 만족도에 좋은 점수 부탁 드립니다.” 5점 만점 척도에서 만점을 받지 못하면 적게는 감봉부터 심지어 해고까지 각종 인사적 피해를 입는다고 합니다.
고객이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또는 “친절도 좋은데" 라고 느끼며 이용하는 서비스에는 보이지 않는 서비튜드가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서비스 경험의 만족도에는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인 분에게 강요되다시피 한 필요 이상의 감정 노동과 인권 침해의 값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패널에서는 서비스 디자인에서 서비튜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논의했습니다. 서비튜드의 개념, 고객 중심 디자인 (UCD, user-centered design)의 철학이 팽배한 UX와 서비스 디자인에서 서비튜드의 개념을 어떻게 디자인에 적용할 것인지, 기업-직원-고객 간의 권력 관계에 따른 서비튜드 등을 집중적으로 토론했습니다.
또한 ‘인간 to 인간’ 형의 서비스 뿐만 아니라 ‘AI to 인간’의 서비스 모델에서의 서비튜드도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애완용 로봇 반려견을 발로 차는 학대 행위를 했을 때 로봇 강아지가 어떻게 반응하도록 설계해야 할까요? 진짜 강아지처럼 아파하며 고장난 것처럼 한동안 아무 기능도 못하도록 UX를 설계할지, 아니면 UCD 원칙에 의거하여 발길에 차여도 바로 일어나서 꼬리를 흔들며 주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게 만들지, 디자이너는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AI 로봇 반려견의 UX 디자인에 서비튜드 개념을 적용한다면?
서비튜드 (servitude)는 아직 낯설고 새로운 개념입니다. 그러나 80년대에는 짖궃은 장난 정도로 여겨졌던 행위가 현재는 법적 처벌이 되는 성범죄가 되듯 서비튜드도 향후 서비스 경험 디자인에서 반드시 따져보아야 할 핵심 개념이 될 수 있습니다.